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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ISTA/GUYS OF PASSION

라이벌 그리고 농구, 내 사춘기가 가장 뜨거웠던 순간!


 
남자의 열정이 가장 치솟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라이벌이 등장했을 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을때?
My Passionate Moment
심장박동이 춤추고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그 순간들, 나를 가슴 뛰게 한 열정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카테고리 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양정훈 작가님입니다. 농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텼다는 그의 사춘기 시절은 어땠을까요? 그는 다름아닌 왜 하필 농구에 빠졌을까요? 그리고, 당신의 가장 열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삶이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 딱딱 맞춰지는 로봇 같은 삶이 어쩌면 나 같이 비뚤비뚤 걸어가는 이에게는 처음부터 무리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란 코드는 삶에서 존재하는 나하고 너무나 잘 맞는 코드다.
고등학교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죽어라 농구만 하던 시절. 스스로 물어봤다.


시작한 계기는 내가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면서부터다. 그 남자 녀석은 자기 반 부반장에다가 매너도 좋고, 하필이면 ‘농구’도 잘했다. 그 결과 같은 서클에 있었던 나는 1학년 1학기 동안 서클 대항전에서 계속 '물주전자'만 날랐다. 선배들의 눈은 정확했지만 그렇다고 그 정확함이 여린 소년의 마음에 다친 자존심을 치유해 줄 만큼 따뜻했던 건 아니었다. 녀석이 받는 환호성을 부러워했다. 부러워하기만 했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데,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분했다.

이미 학기 초에 결정된 학교 반장을 하기도 글렀고, 내 십 대의 매너란 처음부터 물 건너간 일이었다. 무엇인가 ‘더 나을 수 있는’ 방법은 ‘농구’밖에 없다라는 짧은 계산을 했다. 거창하게 표현해서 수컷의 욕망이라는 것은 이렇게 죽을 때까지 남자를 철없는 바보로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난 이기고 싶었고, 그 분노를 이렇게라도 풀 수 있다면 어떻게든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늦깎이 공 던지기를 시작했다. 단순하면 무식한지, 무식하면 단순한지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매일 운동장에 나가 공을 던졌다. 방학 때라 학교는 텅 비어 있었고, 여름의 햇살은 금방 살들을 까맣게 그을려 댔다. 무릎 사이의 살들은 무리한 점프로 금방 터졌고, 운동하다 쥐가 나서 몇 차례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그 당시 날 길거리에서 보던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보도는 걸어가는 곳이지 거북이 같은 자세로 청소년이 기어 다니는 공간이 아닌 관계로…
 
딱 6개월의 집중 끝에 다른 서클로 옮겨 친선 농구시합을 빙자한 내 복수는 후련하게 이뤄졌다. 그 친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공을 던질 줄 아는 아이였지, 농구를 한다고 말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안 그랬으면 이 유치한 치정극은 한참이나 시간이 더 걸렸을 테니깐… 나는 다시 돌아왔다. 아니,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때의 결심과 행동은 20년 전에 끝났는데, 나는 아직도 농구 코트에서 20년이나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을 던지며 부딪히고 있다. 나의 치정은 끝나지 않았던가?
 


농구란 운동을 통해서 내 인생의 코드를 찾고 나를 찾았다.
농구는 내게 무엇인가 코드가 맞으면 ‘미칠 수 있다’는 첫 번째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빠른 전개와 팀워크, 혹은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슬플레이. 짜인 각본으로 움직이는 한편의 드라마,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그림 같은 패스, 수없이 연습해서 한 번 들어가는 잊을 수 없는 위닝 샷. 그리고 끊임없이 뛰어다니면서 숨을 턱밑까지 밀어붙이는 격한 시간까지. 농구는 내게 무엇인가를 몰입해서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으이구, 이것아, 그 노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얼마나 좋으냐?”

충분히 이해한다. 운동신경이 아마추어 선수가 되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반에서 40등으로 시작한 농구가 결국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할 때 전교 5등도 아니고 반에서 5등 정도 실력이었으니 어찌 농구선수로 먹고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유연성이 부족해 잦은 부상으로 오른쪽 발목을 거의 절룩거리며 살았다. 저녁에 침 맞으러 한의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합을 벌였으니 내가 지금 봐도 좀 심했다.

3학년 말에는 공부 안 한 대가를 치른다고, 그나마 인문계 고등학생이라고 여기저기 끼적거린 대학교 시험이 다 떨어지면 재수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라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반발을 위한 반발이 아니고, 어머니의 말씀은 지금까지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농구를 통해 삶에서 열정을 배웠다.
그때 내게 맞지도 않는 과목과 공부를 누가 시켜 마음에도 우러나오지 않는 앉아만 있어야 했던 시간 동안 진정한 ‘노력’을 했을까? 농구를 안 했다면 죽도 밥도 안 되었을 청춘을 코트에서 간신히 무마시키고 졸업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농구만큼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이 없었기에.

지금도 고등학교 친구들이 ‘너는 정말 농구 하나는 제일 잘하지는 못해도 제일 열정적으로는 하더라’라고 말한다. 맞다. 그 단순한 한 줄 말이 나의 성장기였다. 열정이란 격정이며, 욕정이며 어딘가에 살짝 미쳐 있다는 뜻이다. 애정으로 흐르면 격정적인 사랑이 되지만, 분노로 흐르면 제어하기 어려운 기관차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passion은 enthusiasm보다 훨씬 더 완벽하지도 않고 멋스럽지도 않지만, 뜨겁고 인간적이다. 촌스러운 좌충우돌과 어리석음을 동반하여 훨씬 ‘나’ 답다. 내 삶의 코드를 찾은 이후에 무엇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는 언제나 '나’ 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숨긴 적이 없다. 내 열정은 내 피 색깔을 가장 진하게 만드는 첫 번째 헤모글로빈이다.



이런 열정이란 단어를 배우게 해 준 농구는 열정 그 자체고 가장 멋진 연애상대였다.

그리고 그 열정을 나는 고스란히 농구를 통해 배웠고 받았다. 그런 연유로 내 인생에 글을 빼면 성숙한 이야기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농구를 빼면 성장기 이야기가 잘 안 된다. 대학생 때 우연하게 해외 연수를 하러 가서 첫날 혼자 보스턴에서 짐을 풀고 처음 접하는 길거리를 나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물어본 서툰 첫 영어가 바로

 "where is a basketball court?"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Excuse me” 하면서 시작은 했었나?

지금도 힘들거나 집중해야 할 때가 있으면 습관적으로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슛을 던지는 시늉을 한다. 혼자서 몇 번 보이지 않는 코트에 바운스를 하고 심호흡을 한다. 몸의 긴장감과 이완을 동시에 꺼내면서 중얼거린다.

“까짓 거. 넣으면 되지.”



물론 언제나 열정과 긴장감을 최고조로 살 수는 없다. 특히 신체적인 도전은 그렇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나보다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들의 발을 따라가기에는 몇 년 전부터 숨과 몸이 모두 벅참이 느껴진다. 무리하게 뛴 다음 주간은 상대편 친구들이 내 몸에 새겨 넣은 고통의 단말마를 느끼며 산다. 작년에는 심하게 발목을 다시 접질려 5개월 동안 시즌 아웃 했다. 이제 고등학교 때처럼 매번 뛰었다가는 아마도 소나 말 정도의 수명밖에 못 살 거다. 이제는 농구를 통해 경쟁보다는 협력을, 이기고자 하는 불꽃 튀기는 승리욕보다는 같이 하면서 즐기는 시간과 공간의 감사함을 배운다.
 
책 읽기, 글쓰기도 그렇고, 강의와 코칭도 그렇다. 나는 항상 내 인생의 올바른 포지션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혀 왔고, 작렬하는 태양과 전장 같은 골 밑 속에서 내가 흘린 땀만큼 득점을 해 왔으니까. 농구를 통해 아픔을 잊었고, 농구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온몸이 근질거리면 나는 오늘도 주황색 공을 끼고 싸구려 노래가 나오는 MP3 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농구화의 끈을 바짝 잡아당긴다.

바람이 분다. 봄이 오고 있다. 또다시 따뜻함과 설렘이 느껴진다. 계절의 봄이 존재하는 한 내 인생의 설렘도 매번 가슴에 불어온다. 언저리가 뜨뜻해진다. 심장의 마침표가 있어도 열정의 마침표가 없는 삶 속에 퉁 퉁 퉁 마룻바닥의 공소리가 힘차게 들어온다.

 “저기요, 한 게임 하실래요?”

“심장에 마침표는 있어도 열정에 마침표는 없다.”라는 말에 동감 한 표! 혹시 식어버린 열정이 있다면 다시 시동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이미 완전히 끝나버렸다면 새로운 일을 찾아 열정을 바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힘들거나 어려워도 열정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 양정훈 작가님의 원문 포스팅 보기 http://yangcoach.com/90109033782